지난번 뉴스레터를 보낸 이후에도 우연하게 많은 기사들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 스타트업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이야기였고, 슬프게도 낯익은 이름들도 꽤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백억 이상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생각보다 아주 많지는 않아서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건너서 이야기를 들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사의 내용은 그런 기업들이 폐업을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살아남은 스타트업의 조건이나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큰 생존의 요건이자 변수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스타트업계에 들어선 이유도 첫번쨰가 환경이 주는 기회요인이었습니다. 자금을 구하기 쉽고 새로운 시장이 열릴것 같은 신기한 기회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바로 환경의 변화 때문입니다. 환경의 영향은 너무나 절대적이어서 신기하게도 돈이 안되는 회사를 엉망진창으로 운영해도 어느정도는 버틸 수 있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경기 침체기가 도래하기 전 2013~2022년말 정도까지는 극한의 버블의 시기였던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환경이라는 변수는 사실상 운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아진 상태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모든 사업에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은 지금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지는 아이템이 대부분입니다. 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똑같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환경의 문제 때문에 사업의 시기를 마냥 미룰 수 없다는것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시작됩니다. 결국 환경이라는 변수가 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통제가 안되기에 그냥 자기가 생각했던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것이죠.
환경의 중요성: 투자의 갈림길
이러한 환경의 영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투자입니다. 특히 자금조달의 로직이 과거의 실적이나 명확한 지표등에 의한것이 아닌, 주로 꿈과 미래의 가치에 크게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환경의 영향이 더 커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꿈이라는 주관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미래를 보고 진행됩니다. 과거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결국 미래의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약간의 기반 혹은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것이죠. 하지만, 이런 미래의 꿈과 예측은 계속 변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말이죠.
이 부분은 투자측 사이드 뿐만 아니라 창업가들도 비슷합니다. 최근들어 AI열풍이 불면서 산업 자체가 뒤바뀌는 일이 생겨나면서 많은 창업가들이 자신의 분야를 AI 영역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AI와 관련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있죠. 불과 몇년전, 코로나라는 글로벌한 사건에서는 메타버스가 유행했습니다. 서로간의 접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가상세계에서 또다른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수많은 창업이 생겨나고 수많은 투자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다들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제 누구도 메타버스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메타버스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환경변화에 따른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시작이 투자와 무조건 연계되기 시작하면서 환경의 영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풍랑에 휩쓸리듯이 말이죠. 가끔 창업자분들을 만나서 제가 상담을 할때에 아쉽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때 오해를 하지 않기 위해서 제가 덧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사업의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환경적인 영향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살아남은 곳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환경은 계속 변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존속해야하죠. 그래서 초기 창업가들은 회사의 모습을 계속 바꾸면서 생존합니다. 물론 처음의 시작이 환경과 안맞는 아이템인 곳들은 드물었습니다. 직원들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예외입니다. 타인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일(=투자)이 없다면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이 적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타인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무조건 환경에 맞춰서 시작해야 자본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립하면 되죠. 남의 돈을 안받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면 모든것은 해결됩니다.
그리고 다음 변수는 바로 변화입니다. 제가 10년넘게 알아온 창업자분들이 꽤 많은데, 실제로 대다수의 회사들이 제가 처음이 알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운이 좋게 한두번의 큰 변화없이 살아남은곳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모습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완전히 다르게 말이죠. 특히 투자금을 계속 조달한 회사들은 투자금을 조달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이익을 내거나, 테마에 맞거나 둘중에 하나는 챙겨가면서 변화한것이죠.
실제의 모습이 변화하지 못했으면 적어도 겉의 모습은 변화한 척이라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곳들은 대부분 망했죠. 망한 기업들의 대표님들의 심성이 나쁘거나, 인간성이 안좋아서 회사가 망한게 아니었습니다. 시장은 그렇게 변화하고, 계속해서 회사들은 변해갑니다.
이번 주는 첫번쨰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차주에는 또다른 주제로 유사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