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커리어를 보내면서 유사한 환경하의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됩니다. 회계법인(회계사)-대기업(안정적인 직장인들)-스타트업(격동의 조직) 사람들을 만나서 저마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이 다름을 알게 됩니다. 각자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경제적인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서 저는 제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배우게 됩니다. 운이 좋았는지 매번 주위에서 훌륭한 분들이 나타나 저에게 삶에 보탬이 되는 많은 조언들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언들에도 불구하고 저는 몇년전까지 대학교 초기에 생각했던 가설들을 덮어버렸던 강한 전제-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지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애초부터 티발놈의 성향을 타고났던 탓인지 아니면 티발놈들에게 둘려쌓여서 일해야했던 커리어 때문인지 저에게 있어서 절대성을 가지고 있는 힘의 근원은 여전히 지식이었습니다.
심지어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면서 두려워헸던 자체는 제가 한번도 이 활동을 제대로 학습해본적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의 자각이 전혀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갈지에 대한 관념조차 없었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배운적도 없는것을 어설프게 하고 있다는 자괴감은 항상 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특히 저의 가치를 유지하는것이 지식, 그 자체였기에 저는 아무런 배경지식과 학습과정없이 써낸 글로써 무엇인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 나가서, 무엇인가를 하면서도 스스로의 방향을 정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진정성, 기교보다 강한 힘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아마 다 비슷할 것입니다. 얼마나 아는지, 그리고 이 분야의 일을 해봤는지가 제일 중요하며, 한번 들으면 어떻게 일을 할지 머릿속에 프로세스와 템플릿이 쫙쫙 그려지죠.
하지만, 콘텐츠는 그렇지 않죠. 내가 어떻게 잘 만들어도 사람들이 좋아해줄지도 불명확합니다. 수백억이 들어간 영화들이 어이없이 폭망하는것도, 그들의 눈에는 아마 처음에 잘 만든 대본이어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취향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정말 예측이 어렵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라가는 일과는 전혀 다른게 이쪽 일이죠.
책을 내면서 우연히 콘텐츠를 만드는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 저로써는 배경지식도 없고, 돈도 되지 않으며, 게다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확신도 없는 글을 쓰게 되어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시장의 트렌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전문적인 기교와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지도 못하는 명확하지 않은 콘텐츠의 세계의 함정에 저는 빠져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어제 아는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유튜브를 봤습니다. 댓글창에는 슈퍼챗이 너무나 많아서 화제가 되고 있더군요. 아프리카 TV를 보는 느낌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유튜브를 통해서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둘씩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서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사람들이 왜 속절없이 슈퍼챗을 바치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절로 손이 갔기 떄문이죠.
물론 해당 영상은 편집도 잘했고, 적절한 화면 처리도 좋았던것 같습니다(지식).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것은 진실성 있는 태도와 말투, 그리고 진정성이었죠. 미리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라고 해도 하지 못했을 이야기들의 향연에 저는 정신 못차리고 최근의 영상들을 홀린듯이 봤습니다. 아내에게 소개해줬을때 아내도 처음에는 제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했지만, 같이 영상을 보고서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재 방송국에서 하는 모든 여행 프로그램들을 한번에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는 막강한 힘을 가지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안보신 분들은 한번 정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진정성, 방향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추진력
제가 그동안 썻던 글들이나 뉴스레터, 혹은 외부 기고를 읽은 분들이 저에게 피드백을 주셨던 내용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단순히 저는 제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사고를 통해서 만들어낸 인사이트 혹은 다른 시각들이 저의 콘텐츠들을 차별화를 시킨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저를 받치고 있었던 것들은 단순한 기교로써의 지식이 아니라 저를 길러낸 경험들과 배경을 통해서 만들어진 "사고의 방향성"이었던 것입니다.
영상과 달리 글은 읽는 사람의 눈을 쉽게 통과하지 못합니다. 글을 씹어 삼키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활동을 해야 마음속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글입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제가 받았던 피드백들을 좀더 근본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이 핵심인지를 더 고민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경험으로 인하여 제가 가진 문제점을 이제야 깨닫게 된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고민하면서 저의 "방향성"에 대한 글들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