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면 사실상 스타트업의 투자시기는 거의 종료되는 시기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피칭을 듣고 한달만에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투자유치를 진행하기에는 약간 늦은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자료를 만들고 투자유치를 위한 준비를 시기가 맞습니다. 내년을 목표로 해서 말이죠.
그래서 요즘 투자유치 자료에 대한 리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내년을 위한 준비 과정이 시작된 것이죠. 투자유치 자료들을 많이 보다보면 모든 기업들이 비슷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유치에 대한 자료들은 워낙에 많은 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공통적인 문서이고 그만큼 성공적인 투자를 받은 기업들도 많아서 시장에는 꽤 잘만든 자료들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자료가 잘만든 자료인가에 대한 근거도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 마다 보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자료가 잘만든 자료인지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는것이죠. 피칭 자료를 구성하는 각 항목별 특성에 따라서도 의견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오늘은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시장은 바로 시장의 규모를 말하는것입니다. 피칭 장표의 가장 첫장에 나오는 구성이기도 하죠. 시장은 어때야 할까요? 당연히 커야겠죠.
큰 시장은 좋은 시장일까?
그래서 대부분의 투자유치 자료들에서 시장에 대한 결론은 동일 합니다. 바로 크다 입니다. 이렇게 봐도 크고 저렇게 봐도 크고, 우리가 갈 시장은 엄청 크다 라는것이 결론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사업에서 중요할 수는 있지만, 시장크기로 투자유무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다 크다고 하기 때문이죠.
자료상의 시장을 크게 하는것은 쉽습니다. 이것저것 다 가져다가 붙이면 되거든요. 우리와 일차적으로 관련이 없는 부분도 살짝 붙이고 나중에 확장이 가능한 것들도 살을 붙이면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하지만, 정말 이게 의미가 있는 시장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하나같이 큰 시장을 노리지 않는 사람들은 없거든요.
사업의 진행방향과 시장의 크기는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타트업계에서 큰 성장을 이룩한 기업들을 보면 자신이 타겟한 시장에 따라서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투자유치등을 위해서 필요한 자료들에 나온 시장이 칼로 자른듯이 명확하게 구분되기가 어렵고 대부분 사업을 하다보면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선을 넘나들면서 확장을 해내가기 때문입니다.
문서로 제3자에게 회사의 성장에 대해서 확실한 가이드를 설명하는 절차가 결과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회사와 같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시장을 딱 잘라서 규정하는것은 쉽지 않습니다. 쿠팡, 토스, 배달의 민족등등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모든 기업들은 초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성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것이 바로 스타트업이 가진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판에 구애받지 않고 돈이 되는곳을 찾아서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유연성을 일반 기업들은 가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비슷한 영역으로 도전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도전과 승인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해야하고, 이렇게 하면 얼마가 들어가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겠다 와 같은 계획들이 잔뜩 들어간 문서를 만들고 보고하는 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 그나마 큰 경쟁자들에 비해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것은 이런 논리적인 과정을 누군가에게 입증하는 절차를 최소화하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되는곳을 우리의 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유연성이 최대의 강점인 것이죠.
그래서 사실상 사업의 진행방향은 최초의 문서에 규정된 시장과는 전혀 관계 없이 움직이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규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그래서 저는 시장의 규모가 사업의 성장성을 좌우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대신 시장의 규모는 사업에 있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로 생각합니다. 무슨말이냐면 가끔 너무나 작은 시장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자료를 만들고 투자유치를 돌아다니는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뭐 사업이라는게 다양해서 무조건 큰 시장에서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가지 형태의 사업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은 시장을 타겟으로 한다고 써놓고 투자유치를 돌아다는 것은 투자라는 활동에 대해서 잘못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그만큼 투자유치의 실패확률도 높겠죠. 투자라는것이 결국 돈을 구하는 과정이라 내 돈만으로 사업해서 성장하는것만큼 좋은것은 없습니다. 그 방법이 최고죠. 모든 기업들이 남의 돈을 써야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타인의 돈을 쓰기 위해서 너의 돈을 불려줄게 라는 이야기를 하는 문서에 시장이 작다라고 쓰는것은 그 자체로 모순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안해도 되는 쓸데없는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 밖에 없겠죠.
어차피 모든 문서에서 시장을 다루는 카테고리의 답이 "크다" 일 수 밖에 없다면 내 시장이 작으면 내가 투자를 굳이 받아야하는지 검토해보는것도 답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서 투자유치 자료를 만들면 내 사업의 본질에 대해서 깨달을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투자유치가 될지 안될지도 살짝 감을 잡을 수 있겠죠. 그리고 이 정도의 간단한 논리로 문서를 만들지 못한다면 투자유치 과정에서 고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이 아니더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추천드립니다. 문서로 사업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결국 논리로 모든것을 알아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비논리적이거나 모순이 발생하는 자료들은 상당한 감점대상입니다.
써라, 답을 정해놓고 최소한의 시간을 활용하여
그래서 시장 부문은 약간 답을 정해놓고 쓰는게 답입니다. 일단 결론은 무조건 크다가 나와야되도록 숫자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절대로 안됩니다. 최대한 명료하지만, 간단하게 큰 숫자로 적당히 설명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위에서 말한대로 아무리 봐도 시장이 너무나 작다면, 투자유치 말고 다른 방법을 찾는것이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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