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관상 같은건 볼줄 모르지만, 사람간의 대화를 통해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생각들, 타인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질문을 하는 법들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보면 물어보고 싶어진다
저의 취미중 하나는 미국농구(NBA)를 보는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비주류 종목이니 만큼 보는 사람들은 소수밖에 없습니다. 이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커뮤니티 내에서 교류가 이루어진지 아마 이십년이 넘게 지난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특징이 있었는데, 존댓말을 써야하고, 자음어는 금지(ㅋㅋㅋㅋ와 같은)되며, 종교와 정치에 대한 주제는 게시글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정치글에 대한 허가가 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좌우가 모여서 갑론을박을 벌이는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십년 넘게 봤던 커뮤니티가 갑자기 혼탁해지는 모습이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매너있는 글들로 인하여 타 커뮤니티로 부터 씹선비라는 비난까지 받던곳의 모습은 어디가고 온갖 정치글로 도배된 게시판을 보면서 점차 방문 횟수도 줄어들어 버렸던 것이죠.
하지만, 이십년간 유지되던 버릇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는 없어서 가끔 게시물을 염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좌우의 양측에 극단적으로 있는 사람들의 게시물들을 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거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걸까?"
생각의 경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사람의 가치관은 대부분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인간인 이상 환경의 영향을 넘어서 절대적인 가치관을 만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를 거치면서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늘려가다보면 어느정도 자신과 주변 환경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 중 지나치게 왜곡되거나 잘못되어 있는 사항들을 수정해 나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믿는 이성의 역할이 바로 그것입니다. 논리적으로 합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사고방식을 전개해 나가는것이죠. 저는 이런 이성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고, 그것을 토대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는 편입니다. 물론 예외적인 사항들이 "매우" 많다는것은 알고 있습니다. 생각과 행동을 다르며, 오히려 실전에서는 "감정"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성적인 판단을 이성의 영역으로 방어하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주위에 있는 지극히 이성적인 친구들과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논쟁이 되는 편입니다. 정치적인 성향과는 별개로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정치적인 성향과 종교적인 문제는 이성의 영역이 아니기 떄문에 다를 수 없지만, 정도를 벗어난 생각은 타인에 의해서 지적받을 경우 방어가 어려운 경향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가 커뮤니티에서 목도한 극단적인 반응은 매우 신선했습니다. 일부 정치색이 강한 커뮤니티의 사람들과는 달리 제가 방문했던 커뮤니티는 이십년 가까이 이성의 힘으로 게시판의 수준을 유지시켜왔기 때문이죠.
이런곳이 한번의 봉인 해제로 고삐풀린 망아지와 같이 변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특정 인물들이 직접적으로 댓글을 달아가면서 논쟁하는 모습이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디씨인사이드나 일부 사이트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은 없었지만, 꽤나 감정적이고 잘못된 방식을 끝까지 이성적으로 고수하려고 하는 모습이 신선했던것 같습니다.
내 생각이 달라지면 그동안 내가 지켜온 인생은 망하는것인가?
조금은 다른 경우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완고해져서 자신만의 생각을 강요하는 노인분들을 볼때마다 느꼇던 감정과 비슷했던 생각이 듭니다. 마치 이 선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것과 같은 기분으로 최종 전선을 지키고 있는 전사의 모습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학교에서 배워오면서 가장 희열을 느꼇던 순간은 내가 모르는것을 알게 되어 한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때입니다. 내가 세상을 살아갈 지혜를 하나 더 얻었다는 생각에 기뻣던 것이죠. 그래서 내 생각은 더욱 굳건해 졌을까요? 새로운 지식과 방향이 들어오니 오히려 머리는 더 말랑해졌던것 같습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걸 알게된 순간부터 지식이 첨가될수록 머리는 더 부드러워지고 사고가 유연해질 때마다 새로운 기쁨이 되었던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아간다는것: 과거의 내가 틀렸다는것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것
유한한 시간만이 존재하는 인생의 틀에서 앞으로 전진한다는 말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굳이 앞으로 나아가나는 의미를 정의해 보자면 나의 완고한 생각을 세상에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세상의 진리를 하나씩 배우고 물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그 자체가 바로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전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전진을 통해서 얻으려고 하는 삶의 목적 자체는 부의 축적과 같은 단편적인 목표가 아니라 삶의 진정한 행복이어야 될것 같습니다.
물질적인 성취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쁨도 있고, 안전성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삶은 유한하고 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삶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자세를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자신에게 얽매여 고정된 생각만을 유지하는 삶은 부의 적고 많음을 떠나 불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육체는 늙고 지치며, 결국 새로운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 나이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화하려는 삶은 비록 몸은 지쳐도 생각은 살아있으며, 스스로의 전진을 계속 이룰수 있을것 같습니다.
왠지 글을 쓰고나니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된 느낌입니다. 하지만, 모금활동 같은것은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주는 커뮤니티 게시판의 논쟁들을 보면서 제 삶을 행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또하나 배워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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