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벌써 12월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날씨가 덥거나 매우 더운 시절만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 추위를 걱정하는 시기가 또 돌아왔습니다. 기온이상으로 인하여 극단적인 날씨만 계속되면 우리의 감정도 양극화 될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처지거나 긴장하거나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과연 무엇을 골라야 될까요?
겨울이 오는 신호들
아침에 마을버스를 타려고 길을 걸으면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감정이 변합니다. 신기하게도 예전의 감정들은 몸속에 하나씩 기억의 발자국을 만들고 가는것 같습니다. 봄바람이 따뜻하게 불어오면 친구들과 소풍갔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저에게 겨울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큰 상징은 무엇일까요? 청각까지 기억 소환을 도와주는 낭만있는 눈이면 좋겠지만, 저에게 겨울을 알려주는 첫번째 신호는 안구건조증입니다.
호들갑에서 침착함으로 변화하는 시기
한때 일주일에 백이십시간 넘게 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술자리도 많았지만, 젊은 나이여서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배가 아파서 가면 위궤양이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고, 옆자리 동료는 당당하게 건강검진서에 황달이라고 써있기도 했죠. 그래도 그 당시의 동료들은 다들 젊어서 그런지 회복이 빨랐습니다. 아무도 과로로 죽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다들 병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기부터인가 주위에서 한두명씩 시름시름 앓아가더니 불치의 단계에 이르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모두들 그 사건을 계기로 충격을 받고 자신을 돌아보고 시작했죠. 늘어나는 허리둘레와 몸무게, 그리고 더이상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쯤부터 안구건조증이 심하게 온것 같습니다. 당장 안과에 가서 네이버 지식인에서 본 어설픈 지식으로 저의 병을 추론하기 시작했습니다. 백내장 녹내장 부터 시작해서 온갖 심각한 병들은 다 이야기했던것 같습니다. 서른 초반밖에 안되서 주위에 그런병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제가 가진 지식은 그냥 인터넷상의 허황된 지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겁났던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죠.
호들갑을 떠는 저를 보고 의사선생님은 한마디 가볍게 하고 넘어갔습니다.
"안구건조증이네요. 모니터 많이 보죠? 겨울되면 앞으로 계속 그럴거에요"
저의 호들갑은 한두해쯤 지나서 침착함으로 잠잠해졌습니다. 매년 빠짐없이 저를 찾아왔기 때문이죠.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일상으로 이제 더는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늘 그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올해도 왔겠죠. 왔습니다.
역시나 올해도 빠짐없이 그분은 왔습니다. 바람 앞에 서면 눈이 시립니다. 나이 지긋한 안과 의사분의 충고는 유독 뼈가 아팠습니다.
"아직 눈물이 부족할 나이는 아닌데...자만하면 앞으로 더 아플거야. 그러니까 미리 준비하고 안약을 넣는게 좋지. 그리고 가끔 눈물이 안나오면 눈을 계속 깜빡거리라고. 집중을 계속하고 눈을 깜빡이지 않으면 눈물도 나오지 않거든"
저도 모르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는 눈을 깜빡이지 않는 습관이 생겼던것 같습니다. 이미 노안이 와버린 눈이지만, 더 눈물이 부족하면 앞으로는 또 예상하지 못한 호들갑을 떨어야할 일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안되겠죠. 그래서 올해는 살짝 눈이 시릴 시기부터 눈물을 사다가 넣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더는 자만할 수 없는 나이인것이죠. 주위의 동료들, 선배들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간다는 사실은 제가 앞으로 떠날 여행에서 각별히 몸조심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건강과 관련없이 저는 앞으로 여정을 정하면서 달려갈 것이지만, 중도 하차하기 위해서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신경을 가지고 있어야될것 같습니다. 한주라도 더 달리려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