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출산율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사회적으로 크게 알려졌던 상황이라 완전 새로울것은 없지만, 이번에 발표된 출산율은 모두의 기대에 부흥하며 희망을 박살내고 있습니다.
출산율 0.7이 주는 의미는 소멸입니다. 한국이 소멸의 기로에 서있고, 이미 상당히 늦었다는것은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뒤에는 더 놀라운 디테일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제 2의 도시인 부산이 일자리가 없어서 급격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고, 몇몇 지방의 대형 도시들도 출산율 0.8이 되지 않는 상태로 쇠락을 맞고 있습니다. 인구감소는 자연스럽다, 어차피 아시아인들은 어디가도 애를 낳지 않는다,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와 같은 변명들은 그다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것도 사실상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 하나만을 톡 찝어내기도 어렵습니다. 부동산, 남녀갈등, 일자리, 수도권 집중등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었지만, 저는 그 외의 요소를 하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40대 중반이고 70년대 후반생인 저는 80년대 중반인 사람들과 문화적인 흐름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필요상 저희라고 하겠습니다) 저희가 결혼할때와 지금은 인식이 매우 다른것 같습니다.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인식이 그 당시에는 매우 희미한 편이었습니다. 저희도 다른 세대와 같이 윗세대같이는 절대 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있었고, 가부장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연애를 하면 자연스럽게 하는것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식도 그다지 없었죠.
유튜브나 SNS에서 타인들의 모습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냥 주위 친구나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추측할 수 있는게 전부였습니다. 추측을 통해서 어떻게 결혼 후의 삶이 진행되는지 알게되고 부정적인 모습과 긍정적인 모습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타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데이타가 없으니 결혼이라는 행동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그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예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결혼이나 삶은 숫자와 계산, 그리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려가 들어가지 않은 몇번 들어본 서사를 행동에 옮기는 활동에 그쳤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는 정보가 너무 없었던것죠. 그리고 이 정보를 토대로 손익을 계산하기에는 머릿속에 결혼이라는 행위에 대한 자연스러운 서사가 뿌리깊게 박혀 있었습니다. 현재의 젋은 세대들이 보기에는 다소 현명하지 못한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무리하게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행동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서사는 아름답고 추억을 남기는 행동이지만, 이익을 남기는 과정은 아니니까요.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고 계산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사회가 척박해 지고 있다면 당연히 계산기를 두둘겨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나쁜게 아니라 현명한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 시대 서사로만 존재했던 사랑스러웠던 이야기들, 자식과 부모들과의 낭만이 계산속에서 사라지게 만든것은 젊은 친구들이 자기 이익만을 계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환경이죠. 각박한 환경. 자신의 삶이 보장되어 있고, 무엇인가 시도해볼 수 있는 넉넉한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살아납니다. 서사는 현실이 되고 사람들은 돈 이외의 다른것들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에서 보듯 살아남은 승자들은 결과적으로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 나라를 구하고, 누군가를 구한 사람들이 얻게된 결말은 어떨까요? 가족들이 경제적 희생, 비참한 후회등이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고, 사례를 얻고, SNS와 유튜브를 통해서 진실을 알게된 사람들은 보다 현명해 지고 있습니다. 실리를 추구하고, 계산을 하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되어가는것이죠.
100년 밖에 못사는 사람의 인생에서 자본주의적 가치만이 중요하다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한국안에서라는 단서를 붙이면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자본주의 내에서 살아가지만, 우리는 수많은 단점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출산율의 저하로 우리가 스스로를 파괴해 가는 모습까지도 말이죠.
저도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하면 남는것은 돈밖에 없다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회사는 숫자로 돌아가고 결국은 결과밖에 남는것이 없으니 쓸데없는 서사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고 숫자부터 만들라고 말이죠. 하지만, 뒤돌아서 사회가 파괴되어 가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회사에는 결과가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의 인생에는 이야기가 중요하니까요.
저는 제 일에 충실하고 사람들의 생존을 끌어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를 파괴하고 있는것 아닌가 고민이 됩니다. 이대로 이야기가 사라지고, 사회에 종말이 없다면 저의 존재도 의미가 없어질텐데 말이죠. 우리가 한국의 수명을 조금더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젊은 친구들에게 숫자가 아닌 이야기를 생각해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