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아버님의 생신이셔서 베트남에 다녀왔습니다. 푸꾸옥은 작년에도 다녀왔었는데 이번에 몇개월이 안지나서 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점은 몇개월 사이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성장과정에서의 자국민 우선주의
지난번 여행은 자유여행이어서 아무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접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사고 안나고 다음 스케쥴을 이어가는것이 저의 유일한 목적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패키지를 가보니 가이드님의 설명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고 버스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똑같은 장소에 연달아와서 얻게 된 여유도..)
베트남에서 10여년을 살고 지금 가이들일과 사업을 하고 계신 입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보니 이런 변화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가 된 배경과 그래서 생겨난 여러가지 규제들, 그리고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와서 사업하기 어려운 점들도 듣고나니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디테일은 알수 없지만, 이 나라가 처한 상황과 외국인에 대한 규제들을 듣고 나니 어쩔수 없이 자국민을 우선시 하면서 성장해야되는 이유도 그려졌습니다.
아마 한국도 그렇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무대에 등장했을테니깐 말이죠.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이대로 가능할까?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국민 우선주의는 베트남과 같이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외국인을 배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정치적인 성향과 옳바름과 같은 사실은 배제하더라도, 실제로 벌어나고 있는 일들은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제대로 성장하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늠하게 해줍니다. 미국은 그나마 덜한곳이죠. 트럼프의 시대를 제외하면 말이죠.
해외에서 잘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있지만, 기존의 방식대로 성장한다면 과연 글로벌화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회계법인과 대기업에서 직원으로 근무할때 꽤 다양한 해외진출 사례를 경험했었는데, 정말 제대로 성공한 사례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지금과 같이 한국의 문화가 글로벌하게 유명해진 상황이 아니었던 것도 있지만, 해외에서 성장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던 것입니다. 건설이나 전자와 같은 특이한 업종들을 빼고서 소비재들은 맥을 추지 못하던 시기였죠. 이제는 소비재들은 그나마 잘 먹힌다고 하지만, 기술로 승부하는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될까요.
B2B를 하기 위해서 중요한것은.
기술 기업의 경우 B2B가 많은데 해외에서 B2B로 먹히기 위해서는 현지의 사정에 나름 빠삭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래처들과의 신뢰성도 있어야 하죠. 하지만 해외에 있는 기업들에게 신뢰성을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근거리에 있는 일본과 같은 시장에서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현지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을 쉽게 단언합니다. 그동안 많은 한국 기업들이 쑥 들어가서 일년만에 성과를 보려고 하다가 안되면 회사를 없애고 빠지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여줬기 떄문이죠. 끈기가 필요한 시장에서 끈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단명하는 모습을 지켜본 로컬 플레이어들은 신뢰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제 막 성장하는 베트남과 같은 곳에서는 자국민 우선주의가 발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도 JV형태로 외국인이 경영권을 가지지 못한 상태여야만 사업이 가능한 경우도 많죠. B2B거래를 하면 동남아 지역에서는 꽌시가 꼭 필요한데, 처음 진출한 스타트업들에게 꽌시가 있을리 전무하죠. 그리고 꽌시를 가진 사람이라 소개 받으면 위험한 경우도 많습니다. (해외에서 제일 만나면 조심해야 하는 사람 = 현지에 사는 한국사람 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듯합니다.)
현재의 글로벌 진출 정책은 맞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실적에 치중하는 현재의 글로벌 진출 정책은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제가 글로벌 펀딩을 도와주는 일을 하던 시기(2005~2010년)에 있던 정책들과 지금의 정책들은 분야와 방법은 달라졌지만, 질적인 수준은 거의 유사합니다.
그때는 제조업 위주의 지원정책이었지만, 현재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해외 바이어들을 소개해서 만나고 포럼등에 나가고 미팅하고..이정도로 글로벌로 갈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얼마나될지 의문입니다.
제 생각은 조금더 생각을 바꿔서 현실적으로 누구를 만나게 해주는것이 아니라 아예 해외에서 창업을 해도록 도와주는 방식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이 방법으로 해외에서 창업하면 우리나라의 고용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책으로 나오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맞춰진 기술이나 제품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는게 아니라 그냥 아예 해외에서 가능한거 만들어 보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해외 시장과 fit이 안맞고 영업자체가 안맞는 경우도 많아서 말이죠.
그럼에도 고 글로벌.
결론적으로는 어쨋든 한국내수를 파먹고 회사가 커지기는 이제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모든 기업들은 사실상 고 글로벌을 한다고 생각해야하는 상황인 것이죠.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나를 좀더 경험하면서 현지의 상황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소식들을 뉴스레터에 써보고 싶습니다.글로벌 사업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