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호기롭게 썻던 두번째 소설입니다. 첫번쨰 책의 성공 이후 아무런 계산도 없이 하고 싶은거 한번 해볼까 하고 생각했던 일은 당연하게도 실패했습니다. 그 당시에 코로나로 어머니까지 사경을 헤메시면서 저는 책이 나오고 SNS에 포스팅한번 한것 이외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것이죠. 하지만 얻은게 없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용이 재미있다고 연락오신 분들도 꽤 되고, 후일담으로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저에게는 의미있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크게 성공한 콘텐츠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서울 가자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인 것입니다.
부동산 이야기인가
저는 그 책의 제목만 보고 당연히 부동산 웹툰 같은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저도 한떄 대기업 생활을 수년간 했었고, 김부장의 이미지가 어떤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50대 중반의 김부장들이 하는 부동산에 대한 자랑, 경험담등을 포함하여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뻔하다고 단정지었던것이 저의 엄청난 착각이었던 것이죠. 제목이 뭐 이러냐고 생각할만도 하지만, 저 자신도 스타트업의 실패 이야기를 성공담처럼 제목을 짓는터라 (실제로 이것 때문에 내용과 제목이 다른다고 많이 말씀들 하시더라구요) 작가의 생각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여튼 중요한것은 이건 부동산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던것이죠. 최근에 드라마를 보고 궁금증이 생겨서 책과 웹툰을 봤는데, 생각보다 리얼한 이야기와 함께 심지어 김부장이 주인공도 아닌 충격적인 결말을 보게 된 것입니다. 리얼한 대기업 이야기와 함께 팀원들의 디테일까지 챙기는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전혀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한 부동산 성공담도 아니긴했구요.
각색의 위대함을 느끼다
그런데 제가 책을 보게된 계기는 사실상 드라마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하는 드라마에 대한 초기의 반응이 너무 좋았거든요. 이른바 바이럴이 된거죠. 아내에게 듣고 뭔가 하는 호기심에 드라마를 보고서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이미 십오년 가까이 지난 저의 대기업 생활과 바로 윗세대 형들의 모습, 그리고 제 친구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죠. 가끔은 드라마의 특성상 있을 수 밖에 없는 과장들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사람들이 내용을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든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실제로 책의 내용과 초반에만 같고, 중후반 이후에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드라마가 모두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용은 책의 내용을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스토리에서 주어지는 메세지, 혹은 의미들도 상당히 다릅니다.
이제는 단순한 중년 대기업 남성의 실패를 벗어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미 김낙수가 위의 상사에게 강력하게 대들면서 싸우는 장면부터 그의 캐릭터는 더 입체적이 된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깨달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있던것이죠. 꼰대이며 모든것에 보수적인, 그리고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게도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왜 그렇게 되어잇는지에 대한 이유가 말입니다.
김부장은 어떻게 리더가 되는가
아직 결론이 명확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김부장은 이제 부장의 타이틀을 버리고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려고 합니다. 리더가 뭔가라는 질문에 여러가지 답들이 있습니다만, 실제적으로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실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만났던 상사, 그리고 형들과 동생들까지 포함하면 우리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리더는 거의 동일합니다. 그 누구도 꼰대에 자기말만 듣고 자기 이득만 챙기는 멍청한 사람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머리로 아는것과 현실은 다릅니다. 대부분의 질문은 "나"에게 대입하는 순간 모든 정의가 깨집니다. "나는 어떻게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에 대한 종착점과 같습니다. 내가 원한고 바라는 그런 리더가 나는 될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의미있는 리더의 정의가 내 가슴속에 맺히지 않을까 합니다.
김부장의 가는 고민과 역경의 길에서 저와 많은 분들 모두 무엇인가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