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심당 재무제표에 대한 요약본이 각종 SNS에서 돌아다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재무제표가 아니라 주요 지표를 시각화 시켜서 만든 그래프였습니다. 매출-매출원가-판관비-영업이익으로 구성된 숫자들을 그래프로 그려 놓으니 훨씬 보기 좋더군요. 재무제표의 세부사항이 없어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매출원가의 기준선: 50%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매출원가였습니다. 2023년 매출액 1,243억에 매출원가는 658억원이었습니다. 대략 매출원가율이 53%정도 됩니다. 음? 매출원가가 53%라니 이게 말이되나? 제가 전자공시시스템을 다시 뒤져볼 수 밖에 없는 이 매출원가율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커머스기업들을 자문하면서 몇가지 공통된 포인트를 지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매출원가의 중요성입니다. 매출원가가 특정 지표 이상으로 높으면 절대로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의 기준점은 50% 였습니다. 극단적으로 매출원가가 낮을 수 있는 화장품쪽 산업에서 부터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매출원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식음 분야까지 모든 분야를 봐도 50%가 넘는 매출원가를 유지하는곳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가의 한계: 다른 활동들의 제약을 만든다.
매출원가가 특정 숫자 이상이 되면 그 뒤부터 회사는 할 수 있는 것이 극단적으로 적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매출원가(제조등)-마케팅-인건비-임대료-지급수수료등을 단계적으로 차감하는 단계에서 매출액 50%를 넘는 회사들은 절대로 흑자를 기록할 수 없었습니다. 화장품 같은 산업의 경우 매출원가가 25~35% 사이를 기록할 수는 있지만, 마케팅비용이 전체 매출액 대비 30%~35%까지 나오기 때문에 매출원가를 특정 수준으로 넘어버리면 절대로 흑자를 기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심당은 위의 숫자를 보시다시피 완전히 예외입니다. 일단 매출원가가 53%라는것에서 이미 선을 넘었죠.
원가를 제외한 판관비 항목들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럼 이제 성심당의 다른 항목들을 한번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판관비에서 가장 높은 항목은 당연히 인건비입니다. 2023년 인건비와 관련된 항목은 전체 매출에서 약 13.6%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비용들은 대부분 1~2% 를 구성합니다. 카드수수료가 약 1.6%를 차지하고 매장임대료가 2.3%정도를 차지하는것 외에 다른 항목들은 눈에 띄는 항목들이 없습니다. 인건비+임대료+카드수수료를 합치면 17.6%가 되는군요. 기타 항목들을 포함해서 전체 판관비는 매출액 대비 21.7%입니다 기타 항목들이 약 4.1%정도 되는 셈입니다. 근데 이 항목들을 보다보면 뭔가 빠진듯한 허전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마케팅비는 과연 어디로 간것일까요?
스토리와 인지도는 마케팅비를 절감하게 한다.
없지는 않습니다. 대략 1년에 2.4억정도 썻더군요. 그래서 전체 매출액 대비 0.2%정도를 차지합니다. 천억이 넘는 회사에서 마케팅비 2.4억이라면, 사실 마케팅비를 거의 지출하지 않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B2C를 하는 회사가 이렇게 마케팅비를 안써도 될까요? 안되겠죠. 일반기업은 안됩니다. 하지만, 성심당은 되죠. 성심당과 관련된 컨텐츠들은 누가 특별히 만들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됩니다. 그게 바로 성심당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힘이죠
규모는 다르지만 빠리바게트의 숫자를 볼까요?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2023년 약 1350억 규모의 마케팅비(판촉비포함)을 지출하였습니다. 물론 규모도 다르고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하나는 직영점만 하는 소규모 브랜드이고, 하나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규모 브랜드이기 떄문이죠. 하지만, 마케팅비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나는것은 아마 성심당이 가진 힘일것입니다. 강한 소규모 브랜드로써 성심당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힘으로 인하여 매년마다 자동적인 바이럴이 생겨나는 구조는 쉽게 만들수 없습니다.
인지도가 매출을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특정영역에서 사용되는 비용을 극단적으로 절감시켜주는 효과가 있는것이죠. 2억만 써도 천억 매출을 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것처럼 말입니다.
유사한 사례: 백종원 대표가 방송활동
일반 기업은 절대로 성심당 같은 구조를 만들수는 없습니다. 이건 임의로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마케팅 비용에 의존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나마 비슷한 기업이라면 아마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정도가 있을것 같습니다.
요즘은 꽤 많은 구설수에 오르고 잇지만, 백종원 대표가 방송에 자주 나오는 이유가 단순히 관종이라서가 아닙니다. 재무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얻고 있다는 글을 제가 6월 2번째주에 쓴것 같습니다. [백종원 대표의 회사는 왜 이익률이 높을까]
백종원 대표는 대표 본인이 셀럽이라면 성심당은 회사 자체가 셀럽인 셈이죠. 물론 구조상으로는 성심당이 방송등을 통해서 만들어낸 인지도가 아니라 더욱더 오랫동안 바이럴이 유지될것 같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한때 대표님들에게 방송에도 나가지 말고 조용히 사업하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었는데, 이제 B2C를 하시는 분들은 본인의 적성에 맞으신다면 셀럽형 회사를 만드는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 나쁠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본인의 적성에 맞는다는것은 "본인 스스로 리스크를 잘 관리할 자신이 있다면"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