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름마다 방문하는 제주의 해변은 유난히 푸르고 맑은 바다로 유명합니다.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투명한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보이는 바닷물에서 스노쿨링도 할 수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제주에 보내고 나면 저는 주말마다 처가를 방문해서 제주의 바다를 즐겼습니다. 지난주도 여지없이 제주에 있었죠. 하지만, 이번 제주는 다른 시기와 유난히 달랐습니다. 굳이 바다를 보기 전에 공항부터 달랐죠. 그래서 제주 현장에서 현지분들에게 물어보면서 저의 느낌이 맞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다르긴 다르더군요.
성수기 비즈니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옐로트래블을 운영할 때 여행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젊은 창업자들은 일단 여행이라는 콘텐츠에 매료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돈을 벌고, 결국은 사용하게 되는 궁극적인 제품이자 사라질 수 없는 제품이죠. 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이유와 현실은 매우 달랐습니다. 여행업은 이익률이 매우 낮고 어려운 비즈니스입니다. 특히 자연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만듭니다.
여행업은 중개하는 회사(여행회사)와 원래의 제품을 가진 회사(호텔등..)로 구분됩니다. 대부분 중개하는 회사가 원래 제품을 가진 회사에게서 제품을 가져와서 판매를 진행하죠. 굳이 제가 가져온다고 표현한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제품을 돈으로 구매(하드블럭, 선구매)한 뒤에 판매하는 방식도 있지만, 실시간으로 판매된 것에서 수수료만 정산하는 방식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돈을 주고 미리 사게 되면 리스크를 질 수 밖에 없습니다. 확실한 판매가 예상되면 당연히 구매해서 베팅을 하는것이 맞지만, 문제는 자연이라는 변수죠. 성수기에는 무슨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한 가장 극단적으로 성수기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행업은 여름, 혹은 겨울과 같이 판매 상품의 특성에 따라 극단적으로 판매시기가 집중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판매가 안되는 제품이 있다면 어떨까요. 여행상품에는 유통기한이 없는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판매 시기가 정해져있기 떄문이죠. 이번 시기가 지나면 한해 장사는 끝이 납니다. 여름에 바싹 팔아야하는 호텔이나 기타 숙박들의 경우 여름장사를 망치면 한해동안 개고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성수기라는 조건 때문이죠. 그래서 여행업은 힘이 듭니다.
제가 여행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아마 올해 사업외에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수기가 망하면 계획이고 뭐고 다 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 큰 여행회사들을 제외한 여행 기업들은 일년단위의 계획에 집중합니다. 중장기, 뭐 이런거 없고 그냥 일단 올해 장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품을 빌려와서 팔기 때문에 차별화도 안되서 대부분 최저가 경쟁을 진행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익률은 낮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여유자금도 적습니다. 그렇다 보니 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것이죠. 올해 장사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장의 문제: 미래를 알 수 없는 고객들
관광지도 고유의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 제주도의 주요 관광객이 누구였는지 생각해보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아마 중국인일것입니다. 코로나 전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오죽하면 중국인 거리도 생기고,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을 사서 개발한다는 말도 많았죠. 지금 있는 리조트들 중 일부는 아예 중국인 취향으로 인테리어가 꾸며져 있습니다. 그 당시 쏟아지는 중국관광객들을 보고 그들을 타겟팅해서 계획하고 만든것이죠. 한번 시설 세우기 위해서는 사전 계획, 자금조달부터 시공까지 수년이 걸립니다. 그리고 드디어 건물은 완성되었지만, 이제 중국인은 제주에 별로 오지 않습니다. 완전히 잘못된 타겟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든것이죠.
이처럼 관광지의 비극은 고객이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의특정 지역의 관광객을 타겟으로 정책을 실행하고 시설을 만드는것은 정말 근시안적인 행동으로 보일만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그 당시 중국인 대상의 음식점을 만들면서 이렇게 될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누구도 없을겁니다.
현장의 문제: 통제 불가능한 동료들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대부분 여행업의 현장은 나혼자 만드는것이 아니고 알수 없고, 통제도 안되는 다수의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게 됩니다. 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인것이죠. 제주도는 이번 성수기를 맞이 하기전 바가지 논쟁과 더불어 비계 삼겹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게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주의 바가지 논쟁은 하루이틀일이 아닙니다만, 이제는 일본이라는 강력한 대체제가 생겨버린것이죠.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비어있는 의자수, 사람들이 비행기를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날 제주를 갈때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사람들이 공항에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거주하는 동안 방문한 해변가에서도 꽤 많은 해안이 비어있더군요. 제가 제주를 방문하고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 적은 아마 처음인것 같습니다 제주는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
이 사태에 대해서 현지 분들도 의견이 다양했습니다. 먼저, 비계 삼겹살로 대표되는 사건을 일으킨 현지인과 이에 대한 어처구니없이 대응한 관광서에 대한 비난도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한해장사로 생각없이 물가를 올려버린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많은데 결정타를 날렸다는 것이죠.
현지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정말 성수기 한해에 모든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근시안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관광지의 바가지가 아닌 비계 삼겹살등의 논란은 성수기를 가지는 사업의 한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내부 자정과정 없이 진행된 사업들로 인하여 축적된 모순점들이 한번에 터져버린것이라고 할 수 있죠.
후폭풍, 그리고 새로운 경쟁의 시작
아마 제주는 이번 성수기 이후 새로운 후폭풍을 맞이하게 될것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성수기 사업의 규모가 축소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들의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알게되겠죠. 저같이 가끔 가는 사람도 느낄 정도이니, 내부에서는 이미 심각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더욱 새로운 경쟁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천혜의 자연으로 승부하기에 해외에는 이제 너무나 가깝다는 것이죠.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큰 비극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내부에서 큰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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