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저는 46세가 되는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만이라는 기준으로는 이제 45세가 되었고, 성인이 된 이후 2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20대부터 꾸준하게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쯤 매우 많은 이야기들이 쌓였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저는 앞으로 제가 글을 쓰면서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야기들은 텍스트로 남는 대신 몸과 머리에 각인되어서 기록되었습니다.
하루 하루 적응하는 삶을 살다: 20대와 30대
20대에는 격동의 시기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잡기 위해서 다양한 고민들을 하게 됩니다. 저 또한 그랬던것 같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이런 저런 다양한 공부도 하고, 사람도 만났지만, 결국 스스로 납득할만한 확실한 것을 찾은것은 없던것 같습니다.
회계사가 되었고, 법인에 입사했지만,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냥 하루씩 버티면서 살아가고 회사에 적응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또래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사는것처럼 말이죠.
삼십대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뭐가 뭔지 모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 그리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어서 격동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제 책을 보신분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대충 아실것 같습니다. 그때가 서른 중반이었던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도 저는 하루하루 적응하면서 살아갔습니다. 제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부족한 경험을 메우기 위해서 고민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될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정리하고 나와 다시 창업을 했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했습니다만, 당초 목표한 바를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우연한 발걸음이 다음 길을 만들다: 방황
제가 별다른 계획 없이 책을 쓴 뒤에 제 인생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글을 쓰고 말을 할 수 있는 재주가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냥 "술자리나 개인적으로 만나면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저의 전부였던것 같습니다. 이걸로 뭔가 이야기를 하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제가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죠. 심지어 이런 생각은 책이 나오고, 나름 인지도를 쌓아가는 중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뭔가 글을 자주 올리면서 아는것처럼 거들먹거리는것도 싫었고, 관종같아 보이는것도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이 성공적으로 팔리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멍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죠. 게다가 저는 회계법인에 있을때 죽도록 훈수만 두는 저의 모습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습이 싫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데, 아는척 말하는 모습들도 별로 였습니다. 그래서 남은 인생은 자문하는 사람이 아닌 실행하는 사람으로 남는다고 스스로 각오를 했는데...어느새 저는 다시 자문하는 사람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무엇을 할지 더 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회사가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을지, 지금은 어떻게 해야될지는 이야기하면서 정작 저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현장에 있는 사람이고 싶었지만, 갈수록 자문만을 하는 사람이 되어가는것은 아닌가? 나는 무엇일까? 에 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고민과 실행의 사이에서 2년이 흘렀습니다.
하고 싶은걸 해보자: 실패
제가 두번째 책을 낸 계기는 가끔 제가 술자리에서 말하는 소재입니다. 지인분이 데리고 간 자리에서 저를 "글쓰는 사람"으로 소개했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소개받은 분은 예술쪽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저에게 당연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요즘은 무슨 작업하세요?"
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자문하고, 회사운영하고, 강의하고...그러는데 나는 작업을 해야하는구나...? 그날 부터 하고 싶은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폴인팀과 연락해서 구성을 잡고 소설을 쓰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배워본적이 없어서 하다가 두세번 엎고 다시 쓰고 막판에는 벼락치기로 일주일 내내 글만 썻습니다. 그래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출판하게 되었는데....결과는 망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다 저의 탓입니다. 하필 책이 출간하기 몇개월 전부터 가족들이 모두 코로나에 걸렸고, 어머니는 코로나 회복 이후 후유증으로 폐혈증에 걸리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치매까지 이어져서 저는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한국의 치매 노인들이 겪는 대형병원-요양병원-요양원등으로 이어지는 현황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미친듯이 조사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치매에 대한 이해와 일본의 상황을 조사하고 좀더 현실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두려움과 대책없는 간병인 제도로 인한 미래의 고통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간병인 보험을 들어야한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결과적으로 소설책은 완전히 실패했고, 저는 한동안 새로운 목표에 대한 갈길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위안이라면 제 두번째 소설책을 읽은 분들이 재미있다는 평을 해주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텍스트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하는일에 대한 목표를 상실했습니다. 그냥 가끔 페북에 글을 쓰고, 외부 기고 정도를 하는일 외에는 별도로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목표를 상실해 버렸기 떄문입니다.
콘텐츠와 사람들의 힘을 깨닫다: 다양한 활동들
그 이후에 저의 상황과는 관계없는 큰 변화가 발생합니다. 바로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것입니다. 이자율은 올라가고, 투자는 급감하면서 망하는 기업들이 생겨났습니다. 다급한 기업들의 요청에 만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일이 좀더 많아졌습니다. 제가 하는 회사들도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위 안밖으로 위기에 빠지는 곳들이 생겨났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몇개의 콘텐츠 기반의 기업들을 만나서 몇가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본연의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힘과 그것을 통한 파생효과를 보게 된 것이죠. 팬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놀라운 트래픽들은 회사를 성장시키게 만들었던 것이죠. 제가 생각했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회사가 성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 몇개의 기업은 성장하다가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트래픽 만으로 모든것이 해결되지는 않았던 셈이죠.
그리고 저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게 됩니다. 늘 썻던 글 말고도, 아는 동생을 통해서 어색한 연기도 해보고, 생각하지 못했던 출판 계획도 세웁니다. 이번엔 에세이를 써보자는 제안을 받고서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결말은 처음의 계획과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처음 써보는 장르의 글을 써보는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시도였습니다.
아직은 오픈하지 않았지만, 유튜브를 오픈하기 위해서 준비했다가 지속적으로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들어본 영상이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죠...스스로도 놀라울만큼 망한 퀄리티에 아직 정식으로 영상을 올리지는 않았습니다만, 언젠가는 꼭 해야된다는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표1)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이때 준비한 책을 이번에 새로 내게 되면서 저는 그 사이에 뉴스레터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제 몇달 지나지 않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규칙적으로 글을 써내면서 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글에서 영감을 받는 분들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의미있는 콘텐츠를 꾸준하게 만들어내는것이 바로 저의 할일이었던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자체가 너무나 힘들고 험난했습니다. 주제잡기도 어렵고, 한번 쓴글을 퇴고하는것도 힘들고...하나 하나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 자체가 큰 고난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누군가가 시키지 않은 과제에 대해서 꾸준히 글쓰기를 하다보니 그냥 어쨋든 뭔가 써지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래도 수년간 자의와 타의에 의해서 글쓰기를 하다보니 평소에도 콘텐츠 주제를 나도 모르게 계속 모으는 습관도 만들어져왔던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찍어낼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어깨에 힘이 빠지고, 길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텍스트 이외의 콘텐츠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아마도 뭔가 되겠죠?
목표2)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그리고 제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진정성도 있어야하고, 지속성이 있어야합니다. 그동안은 이런걸 내가 왜 해야될까? 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구축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힘을 보고 나서야 저는 왜 커뮤니티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그래서 하반기부터 커뮤니티 구축을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첫 책을 내면서 시작된 저의 여정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또한 항상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매주 보내는 뉴스레터 만큼 더 꾸준하 이야기와 생각을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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